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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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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란치스코
작성일 14-06-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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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 권  

                                                         신효원 프란치스코 

      

  마흔에 아내의 권유로 세례를 받았지만 적응이 안 되어 칠 년 동안 쉬었다. 1998년에 성령세미나를 통해 그분을 만나고 나름 열심한 신자가 되었다. 기쁘고 신나는 나날이었다. 삼사 년이 가고 불과 바람 같던 열정의 시간들이 지나자 고요가 찾아왔다. 그때부터 묵주기도에 맛을 들였다.

  끈기가 부족한데 기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묵주기도 덕분이다. 시작하면 지루하더라도 한 꿰미는 마쳐야 했으니까.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도이어서 오히려 습관처럼 익숙해질 수 있었다. 밥이 별난 맛이 없기 때문에 날마다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것처럼 싫증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도를 배우고 기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묵주기도가 단순히 반복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먹는 같은 밥이 우리 몸을 하루하루 키워가는 것처럼 오늘 하는 기도는 어제 묵상한 신비의 끝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단 한단이 하늘나라로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다. 어떤 때는 한 현의에서 한 시간을 머물고 어느 날은 그 장면에서 한나절을 멈추기도 했다. 묵주 기도를 통해 기다림을 배우고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법을 배웠다.  

  묵주는 단순한 기도의 도구가 아니다. 십자가가 있고 오랜 시간 성모님과 함께한 기도가 배어 있다.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수시로 일어나는 내부의 풍랑을 잠재울 수 있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외부의 침입도 쉽게 막아낼 수 있다. 그래서 묵주의 작은 알은 사탄을 대적하는 소총, 큰 알은 대포, 십자가는 원자폭탄이라고 유쾌한 비유를 하기도 한다.  묵주에는 힘이 있고 묵주기도에는 능력이 있다. 성모님이 전구하여 주시기에 반드시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기도이다.

  십년 전 수술실에 들어갈 때 묵주만을 챙겼다. 마취에서 깨어나니 손 안에 묵주가 그대로 있었다. 기도할 수 없었다면 그 불안과 통증을 쉽게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수호천사는 묵주 안에 머무시는 것 같다.

  육년 전 장모님이 심장병으로 입원을 했다. 나흘 만에 의사가 오늘밤을 넘기기 어렵겠다고 했다. 오후에 병원에 도착하니 아내와 두 동생이 중환자실 입구에서 묵주를 들고 양팔기도를 하고 있었다. 무릎 밑에는 눈물이 물처럼 고여 있었다. 그날 밤 장모님은 돌아가시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회진하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자에게서 간밤을 못 넘길 수밖에 없던 원인이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기도하는 대로 문제가 하나하나 해결되었다. 두려울 만큼 섬세한 응답이셨다. 감사했다. 이십일 만에 일반 병실로 내려오고 일주일 뒤에 퇴원했다. 입원 당시의 상태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체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신앙이다. 일반 병실로 내려올 때 중환자실 관리인이 말했다. “저도 신자인데 이십여 년 냉담하고 있는데요. 오늘밤을 못 넘긴다던 환자가 살아나가는 건 이집 할머니가 처음입니다. 따님들의 기도를 보면서 하느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다시 성당에 나가겠습니다.” 아내가 지니고 있던 묵주를 그에게 선물했다.

  묵주 기도는 혼자 하기도 좋고 합송을 해도 잘 어울린다. 소리 내어 할 수도 있고 침묵 속에서 더 깊이 나아갈 수도 있다. 그냥 들고만 있어도 기도가 된다. 일할 때도 쉴 때도 걸을 때도 묵주와 함께 그분의 현존 안에 머물 수 있다. 기도는 의무가 아니라 우리의 특권이다. 묵주를 들면 언제나 어디서나 그대와 나는 하늘나라를 향한 순례자가 된다.

                                            (12.8.12 평화신문 게재)

댓글목록

로사님의 댓글

로사 작성일

묵주기도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그냥 들고만 있어도 기도가 되신다는 고백을 들으니 저도 더욱 마음이 든든해져요.
귀한 나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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